[차이나 역습]① AI만 문제 아니다…중국의 '기술침공'은 전방위

  • 등록 2025.02.02 22: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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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 필두로 中가전 진출 본격화…반도체·배터리 경쟁력 위협
'안전지대'였던 車시장도 위기감↑…조선은 중국 부상이 호재 될 수도

 

주)우리신문 최정옥 기자 |  중국의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중국 제품과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은 '싸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로봇청소기 등의 분야를 중국산이 장악하면서 이러한 인식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의 대대적 지원으로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한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협하면서 불안감은 국내 전 산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기술 침공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지고 첨단 기술력으로 대응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등과 손잡고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中, 국내 로봇청소기 잠식…반도체·배터리 경쟁력 위협

 

2일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로봇청소기는 중국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 대표적 분야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중국 로보락은 '중국산은 저렴하다'는 그간의 인식과

달리 150만원 안팎의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가전업체들도 한국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로보락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장악한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초 국내 2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도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했고, 스마트폰과 TV, 웨어러블, 보조배터리, 로봇청소기 등의 제품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업체들의 진출이 '쓰나미급'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중국의 위협에 대해 인식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실제 대응을 위한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중국 제품들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두 업체는 이에 주안점을 두고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서로 연결된 기기가 보안 위협에서 서로를 보호하도록 하는 '삼성 녹스 매트릭스'를 모바일과 TV는 물론 와이파이가 탑재된 가전 전 제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연결성을 기반으로 출시되는 전 제품의 개발 단계부터 자체 보안 개발 프로세스 'LG-SDL'와 더 강력한 보안시스템 'LG쉴드'를 적용 중이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분야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 등의 저가 물량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이 맞물려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와 LPDDR4 등 레거시 제품의 매출 비중을 줄이는 한편 선

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들의 공습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업체도 고전 중이다.

 

배터리 3사는 CATL 등에 밀려 지난해 1∼11월 점유율이 19.8%를 기록하며 10%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다양한 폼팩터와 케미스트리(양극재·음극재 소재)를 갖춘 제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안전지대'였던 車시장도 위기감…타국 브랜드와 협업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중국산 침투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고, 아직까진 중국 기술력에 대한 불신이 커 수천만원을 써가며 중국산 차를 사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인 비야디(BYD)가 국내 승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BYD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76만대의 순수 전기차를 파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BYD는 지난달 16일 승용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하며 '아토3'를 3천만원 초반대의 저가에 내놓는 '초강수'를 뒀는데 이러한 전략이 맞아떨어질지 국내 업계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지커, 사오펑 등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습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아토3에 비해 긴 주행거리, 세련된 디자인, 국산 배터리 등을 갖춘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3 등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으며 국내시장을 방어하는 한편 중국 전기차 브랜드 견제를 위해 일본 도요타, 미국 GM 등 타국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진수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상무)은 지난달 한 세미나에서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은 부분은 BYD가 소비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등에서 기술력을 갖춘 해외 업체,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韓조선, 中 부상이 호재 될 수도…美와의 협력 필수

 

중국의 부상이 결과적으로 호재가 된 국내 산업 분야도 있다. 바로 조선업이다.

 

한국 조선업은 지난 30년간 수주량이나 기술력 면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였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우후죽순 생겨난 중국 조선업체들이 자국 발주 물량을 대량으로 거머쥐면서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크게 뒤지는 상황이 최근 벌어졌다.

 

지난해 중국과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각각 4천645만CGT(표준선 환산톤수·1천711척), 1천98만CGT(표준선 환산톤수·250척)를 수주해 각각 71%, 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3년이 넘는 수주잔고(남은 건조량)에 따라 독(건조공간)이 꽉 차 한국으로 향하던 발주물량을 중국이 가져간 영향도 있었지만, 이러한 수주량 격차에 대해서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갖춰 중국의 조선 굴기를 막을 유일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조선업 부상과 이에 따른 해군력 강화를 우려한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한국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 대표적 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선박 및 군함 유지·보수·정비(MRO)와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선박법)에 따른 건조 협력에 있어 한국은 미국에 가장 필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선 타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중국 제재는 선주들에게 중국 기피를 일으켜 국내 조선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미국의 조선 협력 요구와 선박법은 대체로 국내 조선업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정옥 기자 a01092293417@g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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