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리신문 김경환 기자 |
▲ 씻는다는 것의 역사 = 이인혜 지음.
조선시대 때 타인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은 예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전신을 다 씻는 목욕을 잘 하지 않았다. 반면 고대 로마에선 목욕이 사교의 한 방식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매일 공중목욕탕에 들러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목욕탕이 요즘의 카페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중세 유럽 사람들은 조선시대 사람과는 다른 이유로 목욕을 잘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열린 모공을 통해 나쁜 공기가 들어온다고 믿었다. 그에 반해 고대 그리스인은 목욕이 체액의 균형을 맞춰준다며 자주 몸을 씻었다.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목욕 습관은 달랐다.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지위가 높고, 개방적이었던 고려에선 남녀가 개울가에서 옷을 벗고 거리낌 없이 함께 목욕했다. 그러나 성리학이 국가의 운영철학으로 바뀐 조선에선 이 같은 방식의 목욕 문화가 유지될 수 없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예사를 지낸 저자가 전국 각지의 목욕탕을 돌아다니고, 각종 목욕탕 관련 문헌을 섭렵한 후 목욕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위생 관리 방법, 공공복지, 속죄행위, 종교의식, 사교 활동, 계몽운동 등 시대에 따라 달랐던 목욕의 다양한 의미를 전한다.
현암사. 3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