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연예인 사인 걸어둔 거 아니에요. 세검정에 사시는 나이 지긋한 실향민 어르신이 밥 잘 먹었다고 이렇게 적어두고 가셨어요." 통일대교를 건너 경기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마을에는 부녀회 회원들이 운영하는 '부녀회식당'이 있다. 1985년 장단면사무소 건물이 지어지면서 마을주민들이 파주 특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차렸다. 통일촌 부녀회가 운영을 맡은 식당은 내년이면 어느덧 마흔살이 된다. 지난달 19일 오전 이 식당에서 만난 한선희(67) 부녀회장은 단체 관광객의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부녀회장은 "170명의 단체 손님 때문에 오전 8시부터 출근해서 음식 준비하고 있다"며 "하루에 손님은 많은 날엔 200명, 적은 날은 150명 정도 온다"고 말했다. 부녀회식당에서는 72명의 부녀회원 중 한 부녀회장과 비교적 젊은 회원들이 장사하고 있었다. 전날 저녁에 손님 규모를 미리 파악한 부녀회장이 회원들에게 알려 3∼5명을 지원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은 민통선 안보 견학을 오는 손님과 군인, 실향민, 그리고 지역 주민이다. 민통선 지역 관광객에게는 부녀회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하나의 코스로
주)우리신문 이용세 기자 | 부산 북항 5부두에 방치된 장기계류 선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이 필수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남항관리사업소는 관할 구역에 오랫동안 정박하는 선박이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관리한다. 해당 구역에 장기 정박해 있는 선박은 4척에 불과한데, 모두 선주와 소통을 원활히 하고 있기 때문에 5부두처럼 불법적으로 선석을 차지하는 선박은 없다. 이는 관할 해역을 둘러싼 폐쇄회로(CC)TV 180여대가 선박들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살핀 덕이다. 남항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관공선 2척이 수시로 순찰하며 관리되지 않는 선박이 있는지 예의주시한다"며 "남항에 입항하기 전 해상안전관리센터에 무조건 신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선박이 온다면 즉시 현장에 출동해 조치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힌남노 태풍 당시 남항에 피항을 온 러시아 선박이 다시 나가지 않은 채 무단으로 자리를 점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업소는 러시아 총영사관에 협조를 구하는 등 관련 기관에 확인해 선주를 수소문했다. 결국 선주와 함께 일하는 국내 대리점을 찾을 수 있었고, 항만시설이용료를 비롯한 변상금을 납부시킨 뒤 출항 조치했다. 남항관리사업소 관
주)우리신문 이용세 기자 | 부산 북항 5부두에는 해양 오염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장기계류 선박이 수두룩하지만, 관계기관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5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이 문제와 관련된 기관은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부산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BPA)다. 북항 5부두에 방치된 97척의 장기계류 선박을 관리하는 업무는 부산항만공사의 몫이다. 부산해양수산청은 항만공사법에 따라 부산항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부산항만공사에 이관했다. 부산항만공사는 그동안 장기계류 선박의 선주에 대해 항만시설을 무단 사용한 혐의로 수사를 의뢰해왔다. 하지만 수사가 이뤄지고, 재판이 열려도 장기계류 선박은 줄지 않았다.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는 탓에 이를 무시하거나 벌금을 내면 그만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수사를 의뢰한 건은 10여건"이라며 "법을 위반해 그에 따른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쫓아내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장기 계류 선박 소유주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선박을 강제로 해체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할 수 있다. 행정대집행 권한은 부산항만공사가 아닌 부산해수청이 가지지만, 집행에 미온적이다. 현재까지 행정대집
주)우리신문 이용세 기자 | 부산 북항 5부두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97척의 장기계류 선박이 방치돼 있습니다. 이들 선박은 선체 노후와 관리 부실로 해양 오염과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부산항에 밀집된 장기계류 선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선박이 방치되는 구조적인 이유와 개선해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 주 부산항에는 선박들의 무덤이 된 곳이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찾은 부산 북항 5부두. 이곳에는 버려지거나 선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방치된 선박 97척이 바다 위를 둥둥 떠 있었다. 버려진 선박에 가까이 다가가니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서 날이 더워지자 선박 내 적재된 수백t의 기름에서 나는 냄새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북항 5부두에는 부산항 전체 장기계류 선박 130여척 가운데 무려 70%가 몰려있다. 최소 1년 이상 방치된 장기계류 선박은 선주가 운항하지 않는다는 신고를 한 뒤 관리하지 않거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압류당하면서 버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13년 동안 선주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한 선박 내부를 들여다보자 160t가량의 기름이 보였다. 이날 비가 온 탓인지 기관실에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말라리아나 유행성 출혈열 같은 접경지 풍토병 예방부터 출장 요가 수업까지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죠." 경기 파주시 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에는 접경지 마을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작은' 백연보건진료소가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까지 7년간 보건소를 이끌었던 권미영 전 소장이 털어놓은 보건진료소장의 일상은 생각 외로 너무 바빴다. '인구가 적은 곳이니 작은 보건진료소 건물을 지키며 드문드문 오는 환자들을 돌보는 정적인 생활이 아닐까' 했던 예상과는 달랐다. 기본 업무는 아픈 주민들에 대한 기초 진료와 약 처방이다. 고령자가 많다 보니 진료실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집 바로 옆 보건진료소까지 올 때도 길 위에서 세 번은 쉬어야 한다"는 권 소장은 "소장이 직접 약을 가져다줬다는 한마디 감사 인사가 좋아서 어르신들 집을 자주 찾았다"고 회상했다. 접경지 주민들을 위협하는 한탄강 유역 풍토병인 유행성 출혈열과 말라리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접종도 담당한다. 접종을 소홀히 하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닦달'하는 수고도 해야 한다. 유독한 약물을 마셨거나 크게 외상을 입은 환자가 생기면 응급처치와 함께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인삼밭이 물에 완전히 잠겨서 하우스 지붕만 보였었어요. 5억을 들인 6년짜리 농사가 한순간에 날아갔죠."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이달 15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인삼밭에서 만난 전명수(47) 파주개성인삼연구회 회장은 자연스레 그날의 기억을 꺼내 보였다. 2020년 8월 초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파주 저지대 지역이 침수됐을 때 대규모 피해를 겪었던 전씨는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너무나도 허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파주 민통선·접경지역 일대에서 반평생 인삼 농사를 지어온 이래 가장 큰 좌절이었다. 밭인지 강인지 구별이 안 될 만큼 흙탕물이 가득한 당시의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는 전 회장의 손이 살짝 떨려 보였다. 전씨는 "처음에 무릎 정도로 물이 차길래 인삼이 썩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물 빠지는 걸 지켜보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며칠 뒤 북한은 예고도 없이 물을 또 내려보냈고 아예 물바다가 됐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땅에 농사를 지으면서도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던 분단의 현실을 그때는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말 이후 토질과 기후가 우수하다는 개성지방 일대에서 재배돼 이름이 난
울산은 '산업 수도'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토양을 닦은 곳이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지역 경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주)우리신문은 울산 지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도전을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주)우리신문 박영하 기자 | "반려동물 진료비가 만만치 않거든요. 집에서 간단한 검사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부담을 확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제품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울산벤처빌딩에 본사는 둔 '제너바이오'. 검사 키트를 이용해 반려동물 질병을 예측하고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치과대학 출신 연구자 지대경 대표와 의료 인공지능 개발자 이재훈 대표가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를 받아 2022년 회사를 설립했다. 의료인, 수의사, 약사, 유전학자, 세균학자, 데이터베이스 개발자 등 1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제너바이오는 의사인 지대경 대표가 인간 구강 병원체와 전신질환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중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것을 보고, 관련 의료시장에 관심을 가진 것이 설립 계기가 됐다. AI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인 친구 이재훈 대표가 합류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민통선 마을에서 배달할 때는 주소를 거의 안 봐요. 이제는 익숙해서 수취인 이름만 보면 알아서 찾아가죠."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를 건너면 통일촌, 해마루촌, 대성동 등 세 마을이 민통선 안에 있다. 마을과 마을 사이는 약 12km. 주민들과 군 관계자도 잘 이동하지 않는 1번 국도를 조영기(49) 문산우체국 집배원은 매일 한결같이 지나간다. 지난달 19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통일촌에서 만난 조 집배원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오토바이를 타고 홀로 고요한 마을을 누비고 있었다. 조 집배원은 문산우체국 직원 21명 가운데 유일하게 10년간 민통선 마을을 출입하고 있는 25년 차 베테랑이다. "임진강 건너편은 다른 집배원들이 잘 안 들어가려고 해요. 굉장히 멀기도 하고 농막 지역에는 지뢰가 매설된 곳도 있어서 위험이 따르죠." 매일 오전 8시 40분 문산우체국에서 출발해 인근 군인아파트에 배송을 마친 뒤 통일대교를 건너 세 개 마을을 방문한다. "도심에서 아파트, 빌라 등에 우편물을 전달하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조용하게 일을 할 수 있지만 민통선 마을에선 어르신들과 만나기 때문에 인간미를 느낄
주)우리신문 염진학 기자 | 광양의 특산품 매실을 이용한 대한민국 대표 브랜디 ‘섬진강 바람’이 탄생했다. 농업회사법인(주)섬진강의 봄의 대표이사 이종기 박사는 광양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섬진강의 봄을 설립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두산 씨그램 위스키 원액 생산, 위스키Passport생산, 위스키Golden Blue개발 등 다채로운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스파쿨링 와인 오미로제와 매실 증류주는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종기 대표이사(양조자) 공장 설립의 도전과 성공 ‘섬진강의 봄’ 공장은2023년7월에 설립을 시작해, 금년3월 매실을 원료로 한 와인과 증류주 생산을 본격화했다. 공장 설립 과정에서 광양시청의 많은 도움이 있었고, 전라남도, 국세청, 식약청 등 여러 기관의 허가를 받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종기 대표와 대학 후배인 오규식 부사장을 포함한 팀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공장을 설립하고 증류주 생산을 시작했다. 최고 품질의 매실 와인과 증류주 매실은 5월과6월에 구매해1차 가공하여 매실청과 즙으로 보관된다. 이렇게 가공된 매실은 배나 돌배 등과 혼합하여30일에서 45일 정도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