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신승관 기자 |
▲ 당근밭 걷기 = 안희연 지음.
"저기 저 산 보이나요 / 막혔던 벽에 창을 내고 / 당신을 위한 식탁을 차리고 / 창가엔 작은 꽃병을 놓아두었으니 / 우리 함께 산을 옮겨요 (중략) 오세요, 내 가장 찬란한 어둠 // 한 방울의 피가 흰 천에 스미는 속도로"(안희연 시 '청혼'에서)
안희연 시인에게 청혼이란 수줍지만 '내 가장 찬란한 어둠'인 상대에게 수줍은 듯 당당한 목소리로 산을 옮기자고 제안하는 일이다.
"당신 발밑으로 이유 없이 새 한 마리가 떨어진다면 제가 보낸 슬픔인 줄 아세요. 저는 아직 절벽을 떠나지 않습니다.(시 '밤 가위'에서)
'당근밭 걷기'는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해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안희연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절벽에 서 있는 것 같은 날카로운 생의 감각으로 써 내린 시 58편이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