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전은술 기자 | “(실내 마스크가 해제되니까) 마스크 없이 학교에 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안 불편했는데...”
30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등교 시간. 코로나19에 걸린 적 없는 5학년 최현서양(12)은 아직 조심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왔다.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쓸 것 같아요. 답답하고 힘들긴 한데….” 최양이 이야기할 때마다 안경에 살짝 김이 서렸다.
이날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되면서 학교 내 마스크 착용도 자율로 바뀌었다.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노마스크 등교’ 첫날, 마스크 없는 민얼굴을 드러낸 학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쌍둥이 자매 김민채양(9)과 김민서양(9)은 같은 외투, 같은 가방, 같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손을 잡고 학교 언덕을 올라갔다. 김민채양은 “마스크 쓰고 있는 게 더 편해요. 익숙하니까!”라고 말했다. 뒤에서 “야 김민서!”라고 부르며 달려온 같은 반 친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오전 8시40분쯤 정문 앞에 멈춰 선 통학버스에서 학생 30여명이 우르르 내렸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은 학생은 ‘0명’. 여학생 한 명은 마스크를 벗다가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마스크를 귀에 걸지 않고 입에 갖다 대기만 한 채 등교했다.
‘노마스크 등교’가 낯선 학생들은 아직 갈팡질팡 중이다. 최모양(12)은 등교를 앞두고 ‘마스크 쓰자? 벗자?’라는 투표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최양은 등교하는 와중에도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마스크를 쓰면 친구들 말이 이상하게 들릴 때도 있었다”면서도 “마스크를 벗으면 주변에서 놀릴까 봐 안 벗는 애들도 있었다”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스크로부터의 해방에 신이 난 학생과 학부모도 있었다. 5학년 2반 양서희양(12)은 “선생님 제지가 있지 않은 이상 마스크를 단 한 번도 안 쓸 것”이라며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이 잘 안 들리거나 체육 시간에 (안경에) 김이 서려서 불편했었다”고 말했다.
1학년부터 축구부 활동을 했다는 나예준군(11)은 드디어 비 오는 날 실내에서 마스크 없이 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축구를 해야 해서 엄청 불편했다”며 “이제는 마음 편히 마스크 없이 체육관에서 운동할 수 있다”고 했다.
3학년·5학년 자녀와 함께 등교한 최승희씨(43)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불편하면 (마스크를) 벗어도 되고 이제 꼭 쓰진 않아도 된다고 얘기했다”며 “리코더나 오카리나 수업이 코로나 때문에 다 없어져서 집에서 비대면 시험을 보곤 했는데 앞으로는 집에서 음악 소리를 안 들을 수 있겠다”고 웃음 지었다.
학교 건물 안에 들어서자 남학생 2명이 마스크를 손에 든 채 대화를 나누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는 급하게 마스크를 썼다. 1교시 수업을 시작한 2학년 1반 교실에서는 20명 중 3명만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학생들은 마스크 없이 앉아있는 뒷자리 학생의 볼을 꼬집거나 손을 맞대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는데 기분이 어때요?” 담임선생님의 물음에 아이들의 대답은 엇갈렸다. “시원해요” “코로나가 없어진 기분이에요”라며 반기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부끄러워요”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요”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후남 광장초 교장은 “학교에서는 마스크가 완전 해제됐다기보다는 ‘해제할 수 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은 섣불리 마스크를 벗으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 착용은 자율이지만 발열 체크라든지 손 소독이라든지 기존 방역 준칙은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1741개 초·중·고교의 겨울방학이 끝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7일 실내 마스크 착용 세부 지침을 발표해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하되 통학버스·단체버스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새 학기 시작 전에 자가진단 앱, 발열검사, 환기·소독 등의 내용을 포함한 학교 방역지침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