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일권 기자 |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근무하던 40대 군무원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군무원이 과도한 업무량을 호소하며 지휘관과 상담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군무원들은 “처우를 개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전북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일하던 군무원 A씨가 지난 16일 자신의 차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된 A씨는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는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격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보직에 발령 받았는데, 전임자 전출에도 해당 부서에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A씨가 2명 분의 일을 해왔다고 한다. A씨 동료인 군무원 B씨는 “(A씨가) 매일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7시30분에 출근했는데, 31분만 돼도 부대에서 ‘왜 안 오냐’고 전화가 왔었다”면서 “매일 야근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관리해야 하는 훈련장만 30개가 넘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휘관에게도 업무가 가중돼 고통스럽다며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상담에서 A씨가 지휘관에게 면직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면서 “몇 주만 버텨달라고 반려 당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민간인 신분인 A씨가 총기 대리 수령 등 군무원에게 맡겨지지 않은 업무를 떠맡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는 지휘관의 개인 비서 역할도 겸했는데, 해당 지휘관이 권총 사격 훈련 시 A씨에게 총기를 받아오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군무원들은 A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 현 정부 들어 본격화한 ‘군무원의 군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 수 감소로 인한 공백이 군무원들에게 전가되면서 업무량이 늘기 시작했고, 군무원 역시 군에서 이탈하는 인력이 많아 남은 군무원들이 격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사를 보면 군무원 임용 후 3년 내 퇴직하는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군무원은 “민간인인 군무원에게 총기를 쥐여주는가 하면 군복까지 입혀 사실상 군인처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전엔 눈치라도 보면서 시켰다면 이제 조례까지 고쳐 당당하게 일을 떠넘긴다. 취업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군무원의 훈련 참가 범위를 확대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A씨가 업무 과다와 관련해 지휘관과 상담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면직 신청서류는 제출하진 않았다”며 “일부 업무 조정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군은 “군사경찰이 A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 배경을 면밀히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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