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일권 기자 |  정부가 북한 정권과 군대에 대한 '적' 규정을 6년 만에 부활하고 '힘에 의한 평화' 안보기조를 재확인했다.
 

국방부는 16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고도화 된 핵‧미사일 위협 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잠재적 위협세력=적' → '북한=적'…9.19 군사합의 위반도 명시

 
백서는 "북한은 2021년 개정된 노동당 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였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격년제로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이번에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기술했다. 잠재적 위협세력을 폭넓게 가상 적으로 상정했던 예전과 달리 북한을 콕 집어 특정한 것이다.

이로써 '북한정권 = 적' 규정은 2016 국방백서에서 "이러한 (핵‧미사일 등)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한 이후 6년 만에 되살아났다.
 
북한에 대한 이른바 '주적' 논란은 1995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이 처음 등장한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직접적 군사 위협'(2004 백서) 등으로 대체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적' 표현으로 부활했다가 문재인 정부(2018‧2020 백서)에서 다시 사라지는 등 변화를 겪었다.
 
올해 백서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반복적으로 합의를 위반하는 현실을 명시했다.
 

핵무기용 플루토늄 20kg 증가…극초음속 미사일 등 7종 추가 식별

 
이와 함께 2년 전에 비해 한층 강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기술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은 70여kg으로 2년 전에 비해 약 20kg이 늘어났다. 고농축 우라늄(HEU) 보유량은 '상당량'으로 추정돼 직전 백서의 평가와 동일했다.
 
북한의 핵 개발 역사와 관련해 '1980년대 영변 핵시설의 5MWe 원자로' 가동을 시초로 봤던 2년 전과 달리 올해 백서는 '영변 등 핵시설'로 기술해 추가적 경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백서는 북한 미사일 종류와 능력에 대해서도 화성-17(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준중거리), 고중량탄두형(단거리 전술유도) 등 모두 7종이 새로 식별됐다고 기술했다.
 
북한 '적' 표현이 부활하고 핵‧미사일 위협이 강조됨에 따라 2020 백서에 있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군사적 뒷받침'(제8장) 항목은 이번 백서에서 사라지고 1개 절로 축소됐다.
 
북한군 재래식 전력과 관련해 달라진 점은 '항공 및 반항공군' 명칭을 '공군'으로 변경하고 기계화포병사단 창설 등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군 장비 현황은 수상전력이 490여 척에서 470여 척으로 소폭 줄어든 것 외에는 예년과 동일했다.
 
백서는 우리 군 대비태세와 관련, '압도적 한국형 3축체계'(킬체인, KAMD, KMPR) 확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반쪽 분량에 개념 위주의 간단한 설명에 그쳤던 2년 전과 달리 5쪽 분량으로 상세화했다.
 
킬체인은 북한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공격체계이고, KAMD는 발사 된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복합 다층 방어체계이며, KMPR은 압도적인 전략적 타격으로 응징보복하는 체계를 말한다.
 

'가치공유, 미래협력' 등 대일인식 수정…전작권 전환 3개 조건 기술

'독자 핵무장' 논란으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과 관련해서는 확장억제협의체 운영 성과와 미국 전략자산 전개 빈도‧강도 등을 상세히 언급했다. 관련 기술 분량도 2년 전 1.5쪽에서 4쪽으로 늘어났다.
 
주변국 국방정책과 군사동향과 관련해 크게 달라진 점은 한미일 및 한일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올해 백서는 한일관계에 대해 '가치 공유'와 '미래협력관계', '가까운 이웃 국가' 표현을 추가했다.
 
한일 국방현안에 대해서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관련 정보 분야 협력 증진 노력을 반영했다. 다만 역사인식과 독도 영유권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백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 계획'에 입각한 '체계적‧안정적 추진' 기조와 3가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이들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백서는 저출생‧인구 변화에 따른 병력 증감과 부대 개편 등도 반영했다. 육군 병력은 2년 전에 비해 5만5천여명 줄어든 36만 5천여명이고 사단 숫자는 36개(해병대 포함)로 1개 줄어들었다.
 
반면 장비는 증강돼 전차는 2200여대로 70대, 장갑차는 3100여대로 100대, 헬기는 700여대로 40대가 각각 늘어났다. 야포는 5600여문으로 400문이 감소했지만 이는 105mm 견인포 등 구식 장비의 도태에 따른 것이다.
 
새 백서는 16일 오후 국방부 홈페이지에 PDF 형태로 게재되고 인쇄본은 내달 초 주요 기관에 배포되며 영문본과 다국어 요약본은 올해 상반기 내 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