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광명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에서 2회 연속 동결했다.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 수준에서 금리를 묶어둔 채 앞으로의 물가 경로 및 경기 둔화 정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한 금융 불안 등을 살펴가며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 1.6%를 소폭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국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을 통해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크다”며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한은이 지난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가 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2% 수준까지 내려왔다. 또 2분기에는 3%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일단 전망 경로에 부합해서 움직이는 반면,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을 살필 필요는 더 커지고 있어 금리 동결에 힘이 실렸을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종전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 3.5%를 그대로 유지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했는데, 올 1분기에는 소폭 플러스 성장에 그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은 추가 긴축으로 경제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상당 기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 등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격차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5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양국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