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중인 전기 자동차](http://www.woorinewspaper.co.kr/data/photos/20230416/art_16818053429024_394f09.jpg)
주)우리신문 전용욱 기자 |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는 IRA가 제시한 배터리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보조금 지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일부 외신은 현대차·기아가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평가하지만, 정작 국내 업계는 덤덤한 분위기다. 상업용 차량의 판매 비중을 높이고 현지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겨 IRA 조치에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미국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대상 16종(하위 모델 포함 22종)을 공개했다. △테슬라 모델3·모델Y △쉐보레 볼트·이쿼녹스·블레이저·실버라도 △포드 E-트랜짓·F150 라이트닝·머스탱 △캐딜락 리릭 등이다. 완성차 회사 기준으로 △테슬라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4개사로 모두 미국 업체다.
기존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만 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보다 엄격해진 배터리 요건까지 충족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750달러의 보조금을, 미국이나 대미 FTA 체결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하면 나머지 3750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미국 업체 이외에 이같은 요건을 맞추지 못한 한국·일본·독일 등 7개 브랜드는 결국 이번에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40개가 넘었던 대상 차종도 절반 정도로 줄었다. 현대차의 경우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하는 GV70이 보조금 대상이었다가 제외됐다. 북미 현지 조립 요건은 갖췄지만 배터리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 GV70에 들어가는 SK온의 배터리 셀이 중국에서 생산돼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발표를 두고 "현대차와 같은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앞으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정작 국내 자동차 업계는 덤덤한 분위기다. 애초부터 IRA의 빡빡한 세부 지침을 단기간에 충족하기가 어려웠던 만큼 '예상했던 대로'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현대차·기아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독일 등 다른 국가의 경쟁 업체도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진 자체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에 세제혜택에서는 제외됐지만 상업용 전기차로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IRA 세부 지침상 리스와 렌탈 등 상업용 전기차의 경우 제조 국가와 상관없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미국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은 1월 25%에서 지난달 29%로 증가세다. 지난해 3~5%의 판매 비중과는 딴판이다.
미국 현지 공장 건립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대차·기아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기차·배터리 합장 공장을 짓고 있다. 아울러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과 IRA 배터리 요건을 맞추는 작업도 계속해서 추진할 걸로 전해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요건을 충족하는 대로 추후 보조금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