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신문 임기섭 기자 | 사직 전공의들이 국회에서 열악한 수련 환경 실태를 토로하며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국회 입법조사처·보건복지위원회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환경과 처우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겸 의협 부회장은 "2015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전공의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전공의 근무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며, 법안 위반에 대한 벌칙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에 불과해 수련이라는 명목하에 전공의 노동 착취가 합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2022년 대전협이 1만3천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전공의 평균 근로 시간은 77.7시간이었고, 66.8%는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주 1회 이상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과 일본 등의 사례, 국제노동기구 지침 등을 참고해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4시간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근로기준법 특례 업종에서 의료인을 삭제해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연속 수련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고, 휴게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고 법에 명문화하자고 말했다.
최저 임금 수준인 보수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실태조사에서 전공의 평균 급여는 397만원이었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1만1천700원에 불과했다"며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실제 근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가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밖에도 "독립적 시술·수술 수행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전공의를 위해 교수 평가 제도를 도입해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하고, 13명 중 2명에 불과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공의 위원 비율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천58명으로 증원 없이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학기만 엇갈리게 했다고 24, 25학번 동시 수업이 가능할지 납득이 잘 되지 않아 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원도 아니고 모집 인원을 바꾼 것뿐이라 '(문제를) 덮어놓고 돌아오라'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해 의료 사태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참석해 병원에서 겪었던 열악한 수련 환경실태를 털어놨다.
김은식 전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세브란스에서는 임신 전공의에게 임신 초기부터 출산 직전까지 당직을 서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전 순천향대병원 전공의는 "과중한 업무에도 전문의가 되기에 필요한 경험은 채우지 못해 몇 장짜리 인계장과 상급 연차 전공의의 조언,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야 한다. 현실은 드라마와 달라 '난장판 수련'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패널로 참석한 방영식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의료개혁 일환으로 정부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실시하며 2천300억원과 별도의 수당을 투입해 수련비를 지원하고 관련 학회와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있으며, 만족도를 조사해 내년 제도 마련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환영사에서 한목소리로 "의료계와 정부, 국회의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며 "이해당사자들이 적극 논의에 참여해 균형점을 찾아가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