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지난 5월에 대출을 알아볼 때만 해도 ‘설마 저렇게까지 금리가 오르겠어’라고 생각해 변동금리 대출을 택했습니다. 지금은 막막합니다.” 전업주부 이모씨(32)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올린 이후 걱정이 앞선다. 그는 7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 안심전세대출’을 받아 매달 59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수입은 육아휴직 중인 남편이 받는 120만원과 이씨가 부업을 하며 불규칙하게 버는 게 전부여서 이자 상환이 빠듯하다.
그런데 3개월 뒤부터 이번 금리 인상이 반영돼 더 큰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이씨는 “이자를 6~8% 주는 적금 특판이 나와도 넣을 돈이 없다”며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를 따라 더 오르면 기존에 있던 적금마저 해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벌써부터 남편과 21개월 된 자녀까지 세 가족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금리를 2.5%에서 3%로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이용 중인 2030세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 대출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월세로 전환해 거주하는 것을 고려하는가 하면 식비 줄이기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다가구주택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직장인 이씨(36)도 최근 이자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을 몸소 체감했다. 이씨가 2019년 빌린 신혼부부 전세대출의 이자율이 2%대에서 최근 4% 근방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전세금의 절반인 1억4000만원을 빌린 이씨는 “네 살배기 아이의 책상을 놓을 공간이 없어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꿈을 꿨지만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발표와 함께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전세살이를 월세살이로 바꾸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원생 조씨(23)는 지난 2월 처음 대출을 받을 당시 이자율이 2.627%였지만 현재는 3.317%까지 올랐다. 그는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전세금 전액인 4500만원을 빌린 상황이다. 조씨는 “대출 이자가 계속 상승한다면 월세집에 사는 게 차라리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출자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3년차 직장인 한모씨(30)는 지난해 8월 전세금의 70%인 1억2000만원을 빌렸다. 통근 편의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원룸 오피스텔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대출금의 2.4%를 연이자로 내는 한씨는 “이달부터 끼니당 5500원으로 저렴한 관공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날이 많다”며 “결혼은 어떻게 하나 싶다”고 말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전세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7개 은행 전세대출자금액 93.5%가 변동금리 적용 대출상품에 해당한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 137만6802명 중 2030세대는 61.6%인 84만8027명에 달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하고 있고, 환율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3.5%정도까지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안심전환대출(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상품) 요건의 문턱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해당 제도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