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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보적?’ ‘입법행위?’…‘김명수 대법원’ 전원합의체, 107건 중 45건 판례 변경

 

주)우리신문 김광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이뤄진 전원합의체 선고 107건 중 판례를 바꾼 경우가 45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로 법리를 판시한 경우도 22건이었다. 시대 변화에 맞춰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법조문에 갇히지 않고, 시대에 맞는 정의를 폭넓게 고민했다’는 평가와 ‘사실상의 입법행위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107건 중 45건 기존 판례 뒤집어

 

대법관 전원과 대법원장이 함께 사건을 판단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룬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판단 기준을 내놓는 역할도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활성화를 역점 사업으로 삼기도 했다. 그의 임기 동안 116건의 전합 선고가 있었다.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95건)이나 전전임 최종영 전 대법원장(63건) 때보다 많다.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는 전원합의체 역할에 보다 충실했던 건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기다. 4일 경향신문이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지난해까지 있었던 전원합의체 판결 107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최초로 법리를 판시한 경우가 22건, 판례를 변경한 경우가 45건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일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것이다. 2012년 대법원은 ‘한일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결을 처음으로 냈다. 이후 사건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재상고되자 김 대법원장을 포함한 전원합의체는 이를 확정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쟁점은 법외노조 통보가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지만 전원합의체는 ‘단결권뿐 아니라 노동 3권 모두 별도의 입법이 없더라도 원래 존재하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봐야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한데,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법외조노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례를 제시했다.

유신정권 하의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다수의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관여한 불법행위로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면 공무원 개인들의 불법행위를 각각 입증할 필요 없이 공무원들의 집단적 행위 전체가 불법성을 띈다는 점만 입증하면 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이는 없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군부대 밖에서 이뤄진, 합의에 의한 동성군인 간의 성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부대 안인지 밖인지, 합의를 했는지 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처벌하는 건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의 처벌 근거인 군형법 92조6항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전원합의체는 입법취지나 개정 과정, 변화한 시대상을 감안해 이를 ‘동성군인 간 성행위를 무조건 처벌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한 ‘병역면탈 처벌을 면제할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 거부’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동권·경제정의·민사의 형사화 지양

 

민생 사건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다수 제시했다. 택시회사가 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지 않은 채 소정근로시간(노사 합의로 정한 노동시간)을 줄인 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임금이 고정된 상태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면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전원합의체는 사측이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택시기사들의 임금 소송에 불을 당겼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토록 한 단체협약은 유효하다는 판단도 내놨다. 산재 피해에 대한 보상을 보완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노사 간의 합의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고용세습을 용인했다는 반론이 나왔다.

정년이 지나 복직할 수 없는 해고노동자는 미지급 임금을 달라는 소송을 낼 수 없다는 기존 판례도 뒤집었다. 복직은 못하더라도 부당해고 기간에 못받은 임금은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실소유한 부동산의 명의자가 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도 바꾸었다. 전원합의체는 ‘자신이 소유자임을 숨겨, 탈세나 편법증여를 하려는 행위’까지 형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유재산권 보호보다 사회·경제적 정의에 강조점을 둔 판결이다.

준강간 불능미수죄 처벌 기준도 최초로 제시했다. 준강간은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추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인 줄 알고 추행했지만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을 경우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가 범죄의 구성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준강간이 발생한 위험성’이 있을 때는 불능 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이른바 ‘초원복집 판례’도 뒤집었다. ‘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민주자유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위해 관권선거와 지역감정 조장을 모의한 대화를 도청한 사건이다. 당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는 진짜 목적을 알았다면 주인이 출입을 막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도청한 측의 주거침입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실제 목적을 알았다면 출입을 막았을 것이라는 추정적 의사만을 이유로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성별정정신청을 불허하는 기존 판례도 변경했다. 부모가 성전환자임을 미성년 자녀가 알게 됐을 때 받을 충격을 고려해 정정신청을 불허했던 기존 판례와 달리 전원합의체는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조문에 갇히지 않았다’ VS ‘사실상의 입법행위’

 

같은 법이 적용되는데도 과거 전원합의체와 ‘김명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다른 경우가 절반에 육박한다. 김 대법원장이 들어선 뒤 전원합의체가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한 결과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의 것을 지키는 게 보수고, 바꾸는 게 진보라고 본다면 김 대법원장의 전원합의체는 이전보다 진보적”이라고 했다.

이런 적극적인 법 해석을 놓고 일각에선 ‘사실상의 입법행위’라는 반론도 나온다. 법이 시대와 맞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야지, 사법부가 입법권을 침해할 정도로 법 해석권을 남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동원 대법관은 ‘동성군인간 성행위’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 당시 “법조항 문구에도 없는 내용을 사실상 만들어 판결한 셈”이라며 “법관의 자의적 판단이 판결에 과도하게 개입될 경우 법적 안정성과 판결의 일관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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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부사령관 "9·19합의 파기이후 긴장 높아져…대화에 중점"
주)우리신문 김광명 기자 | 정전협정을 유지·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데릭 매콜리 부사령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이후 한반도에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매콜리 부사령관은 11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군사합의 파기 이후 각종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 11월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군사정찰위성과 미사일 발사, 쓰레기 풍선 살포,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 등 도발을 이어왔다. 우리 정부도 지난 6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하고, 북한 쓰레기 풍선 도발에 대응해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고 있다. 매콜리 부사령관은 9·19 군사합의 파기 후 발생한 사건 중 일부에 대해 정전협정 위반으로 간주해 조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결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유엔사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과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접경지역에서 일어난 사안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매콜리 부사령관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열린 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전협정 유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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