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일권 기자 | 육군 한 사단에서 군무원에게 규정에 없는 징계성 군기 교육을 지시해 논란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 측은 “행정 절차상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군무원들은 “거수경례까지 시켰다. 군무원을 군인처럼 만드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육군 모 사단 군무원 A씨는 지난달 16일 지휘관으로부터 “사단장 지시가 내려왔다”며 “군기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일병 B씨가 운전하는 부식 운반 차량 조수석에 선임탑승자로 동승했는데, 운전이 미숙한 B씨가 불법 주차된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내자 A씨에게도 동반 책임을 물어 군기 교육을 하겠다는 얘기였다.
지시가 내려온 당일 하달된 공문을 보면 “사단장님께서 차량 사고자(운전자, 운행책임자)에 대해서 1월 군기위반자들과 함께 GOP 도보 답사에 참여토록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GOP 도보 답사는 휴전선 철책을 따라 행군하는 것으로, 징계성 군기 교육에 해당한다. 첨부된 문서엔 A씨와 B씨의 이름이 군기 교육 대상자로 올라 있다.
현행 규정상 지휘관은 군무원에게 군기 교육을 지시할 수 없다. 육군 군기훈련 규정을 보면 대상자는 병사, 부사관, 장교, 사관학교 생도 및 후보생으로 제한된다. 군무원은 별도의 징계업무처리 훈령에 따라 견책, 감봉 등의 징계를 받을 뿐 군기훈련은 받지 않는다.
군이 A씨에게 군기 교육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군무원들 사이에선 “군무원을 군인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이 사단은 신규 군무원들에게 부대 적응 방법으로 장병들과의 상호 경례를 제시해 입길에 올랐다.
논란이 일자 해당 사단은 같은 달 20일 “GOP 도보답사 관련 사항을 재전파한다”며 “직접 운전을 하는 간부(간부와 군무원)들은 개인에게 벌금이 부여되기 때문에 (GOP 도보)답사를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에 따르면 차량을 직접 운전하지 않고 동승한 A씨는 여전히 군기 교육 대상자가 된다. A씨는 “2월에 군기 교육을 가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사고 차량에 동승했다는 이유로 군인도 아닌 군무원을 군기 교육에 보내겠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단 측은 “행정 절차상 착오로 군무원이 군기 교육 대상자로 포함돼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다”며 “관련 공문을 고쳐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GOP 도보 답사도 군기 교육은 맞지만 얼차려식의 군기교육대와는 다른 자발적인 묵상과 반성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군무원의 군기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군무원의 군사력 전환은 없는 거냐’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군무원의 거수경례에 대해서도 “군기를 잡으려고 그랬다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