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서전결 기자 | 중국을 공식 방문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중일 외교를 두고 "때로 부침이 있고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관계를)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달 31일 베이징에서 동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방문을 계기로 '베세토' 세 도시의 우호 협력관계를 본격화하는 게 어떠냐는 취지의 제안을 (중국에)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과 베이징, 도쿄는 1995년 서울시 제의로 한중일 3국 수도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영문 이니셜에서 따온 '베세토(BeSeTo, 베이징·서울·도쿄)'라는 약칭으로 활발히 교류해왔다.
거점도시간 협력·경쟁 시대로 전환되는 추세에 따라 3국 수도의 공동번영을 목표로, 행정을 비롯해 모든 분야의 민간교류·협력을 지원하는 베세토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에 서명했다.
청소년 배구대회·미술전 등 문화·체육 교류를 총 16회 추진했지만, 1999년 이후 민간 교류만 이어졌고 세 도시 시장회의는 중단됐다. 이후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분위기에서 탈피해 베세토 30주년인 2025년을 앞두고 관계 복원을 추진한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오 시장은 "지금이 제안을 하기에 적기"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과의 관계, 한미일 관계는 아주 잘 복원됐고 중국과의 관계도 '늑대외교'에서 탈피해 해빙기가 됐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 입장에서 불쾌하게 느껴졌던 대사가 임기가 다 돼 중국으로 돌아갔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제안을 한 게 아닌가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한중관계는 사드 이후 많이 어려워졌고 한일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는 굉장히 적대적이었으며, 중일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면서도 "정치가 오히려 시민 생각과 상당히 괴리된 게, 중국과 일본 젊은이는 한류에 호감을 넘어 애정까지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중들 사이에선 애증이 교차하면서도 화해 협력의 분위기가 나는데, 정부가 쫓아가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벽을 먼저 깰 수 있겠단 관점에서 지난해 도쿄 방문에 이어 이번 베이징 방문을 결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도 한국에 안 왔는데 우리가 먼저 방문했고, 북경에서 액션이 있기 전에 먼저 과감히 방문 제안도 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고이케 지사와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 노력했고, 여기 와서도 인 융(殷勇) 베이징시장에게 허심탄회하게 제안했다"며 "(관계 복원에) 기대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어 "3개 도시가 계속 교류하는 게 서울 시민의 삶의 질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내년인 2025년은 베세토 협력 30주년으로, 한중일 수도이자 경제·문화 중심인 서울-베이징-도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재설정하자는 게 시의 구상이다.
시는 9월까지 전문가 자문을 통해 베세토 관계 재설정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10월께 베이징과 도쿄에 관련 실무 논의를 제안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서울-베이징-도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선언하고 공동의 문제에 대응·협력한다는 목표다
오 시장은 또 중국 충칭 전동차 플랫폼에 냉난방 시설이 설치된 점, 베이징 곳곳에 시민을 위한 아름다운 공원이 있는 점을 들어 "시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는 지방정부의 노력이 민주 체제를 가진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면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만 정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북경시도 하고, 우리보다 더 잘하고 열심히 한다는 점이 공무원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의 리더십 등 국내 정치 상황에 관한 질문에도 답했다.
오 시장은 "당정 관계는 2인3각이라 생각하고 호흡이 잘 맞지 않아 넘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면서 "2인3각 첫걸음이 이번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관계가 순행하기 시작한 것처럼 계속 순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시장·도지사들이 당 최고위에 참석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는 "김태흠 충남지사가 전화 왔길래, 무엇을 하는지는 몰라도 합의하는 대로 동의하겠다고 하고 중국에 왔다"면서 "(한 대표) 견제라는 기사가 나오지만, 그런 뜻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다른 지자체는 (당정과 협의하고자 하는) 갈증이 높아, 그런 취지가 아니었나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중국 충칭과 베이징을 방문해 도시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아울러 서울의 미래 발전 구상을 다듬고 국내기업의 중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달 29일에는 후헝화 충칭시장을, 30일에는 인 융 베이징시장을 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