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정부는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막바지 미국 대통령 선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가운데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미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국제현안 대응에 함께할 '가치 연대'의 주요 멤버로 여기며 한미동맹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에도 당장은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트럼프 후보가 재선될 경우 한미관계는 변수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과거 재임 당시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재현하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역할과 비용 부담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다른 '케미'를 자랑했던 만큼 북미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 양 후보가 선거 막바지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부는 신중한 태도로 선거 이후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외교부는 양 진영의 정책 및 인사 동향을 살피면서 수시로 내부·관계기관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이 몰고 온 충격파를 기억하는 정부는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는 물론 양 진영의 학계, 재계 인사들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써 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부터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를 비롯한 다양한 계기에 양 진영 조야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장·차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공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크리스 쿤스(델라웨어·민주) 상원의원 등 주요 인사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빠짐없이 회동했다.
조태열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당선에 대비한 준비를 묻자 "저 나름대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네트워킹을 하고 측근 인사와 만남도 했다"며 "정부 차원뿐 아니라 기업·학계 차원 인맥도 동원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구로 판을 흔드는 전략을 취했던 만큼, 그가 당선되면 외교부의 대응도 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는 현실이다. 최근 한미가 합의한 2026년 이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에 근본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들은 입을 모았다.
과거 북미지역을 담당했던 한 베테랑 외교관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이미 트럼프 당선을 한 번 겪은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우리도 정책적으로도, 마음의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선거 결과가 나오면 신속하게 당선인 측과 접촉해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로서는 결국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이미 동맹에 많이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미국의 정책 담당자뿐만 아니라 공공외교를 통해 대중에도 설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음 미국 행정부와 이어 나갈 협력 관계를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기관과 유기적 협업을 통해 수시로 동향을 점검하면서 대선 이후를 내다보며 대응 방향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