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또다른 쟁점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는지다.
구체적으로 경찰력을 통해 국회를 봉쇄해 의사당으로 의원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했는지, 국회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군에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를 두고 양측은 극명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경찰 1천768명·군인 678명 투입…2차례 출입통제 및 의사당 침입
3일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검찰 등 수사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35분께 경찰이 국회에 최초 배치됐으며, 곧이어 10시 48분부터 11시 6분께까지 국회의원 등 민간인 출입이 1차로 통제됐다.
이후 김봉식 전 서울청장은 법률 검토를 거쳐 국회의원 출입을 막을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일시적으로 출입을 허용했으나 조지호 경찰청장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으로부터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김 전 청장에게 다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후 11시 37분께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45분께까지 국회 출입이 2차로 전면 차단됐다.
검찰은 이날 국회에 외곽 경비를 위한 경찰 총 1천768명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했다. 국회에 투입된 군 병력은 특수전사령부 466명, 수도방위사령부 212명 등 678명이다.
이중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이 이끄는 침투조 약 15명이 4일 오전 0시 34분께 유리창을 깨고 의원들이 모여있던 국회의사당 내부에 진입했고, 오전 0시 30분∼1시 사이에 1공수여단 소속 38명도 의사당 후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들어섰다.

尹측 "경찰 배치 질서유지 목적"…국회측 "계엄해제 방해 의도"
윤 대통령 측은 경찰력 투입은 봉쇄가 아닌 '질서 유지' 목적이었다는 입장이다.
국회를 물리적으로 틀어막으려 했다면 이 정도 병력으로는 불가능하며 주말이 아닌 평일에 생중계로 계엄을 선포하고 사후에 병력을 투입한 점, 주요 지휘관이 휴가 중이거나 일상을 즐기는 등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이 이를 방증한다고 본다.
윤 대통령 측은 종합 변론에서 의원 등에 대한 1·2차 출입 통제 모두 조 청장이 자의적으로 지시한 것이며, 출입문을 통제했을 뿐 울타리는 막지 않아 실질적으로 봉쇄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에는 12·3 비상계엄이 '대국민 호소용'의 '평화적·단시간' 계엄이었다는 주장이 전제로 깔려 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의사당에 들어가지 못한 의원들이 있고 질서 유지가 시급했던 사정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국회 측은 조 청장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토대로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오후 7시 20분께 삼청동 안가로 조 청장, 김 전 청장을 불러 구체적 봉쇄 계획을 지시했고 계엄 선포 이후에는 조 청장에게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에 들어가려는 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12·3 비상계엄은 계획대로 진행된 게 아니고, 시민들에 의해 국회 봉쇄가 실패하자 윤 대통령 측이 사후적으로 '평화적 계엄'이라는 말을 만들어 붙였다는 게 국회 측 입장이다.
김 전 청장은 삼청동 안가 모임 당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질서유지에 대해 강조하신 기억이 난다"면서도 의원들 출입을 막으라는 구체적 지시를 받지는 못했다고 증언했다.
조 청장은 계엄 당시 박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로 어떤 요청을 받았으나 협조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인간적 죄송함에 다음날 면직 신청을 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형사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상당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끌어내기' 공방…곽종근 "국회의원 맞다" vs 尹측 "지시 없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투입한 군인들에게 의사당 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에 관해서는 양쪽은 물론 헌재에 출석한 증인들의 증언도 크게 엇갈린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 이후 '국회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12월 4일 오전 0시 30분께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으며,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말을 근거로 '인원'을 당시 본회의장 내부 국회의원들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김용현 전 장관은 "군 병력 요원하고 국회 직원들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혼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잘못하다가 압사 사고가 나겠다, 이러면 국민도 피해가 생기겠지만 장병들도 피해가 생기겠다, 일단 빼라(고 지시했다)"며 "요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현태 707단장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지시가 없었고 제가 기억하기에는 있었다고 한들 안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고 했다.
수방사의 증언도 상반된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헌재에서 대부분의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국회 출동 시 장관이나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반면 조성현 1경비단장은 12월 4일 0시 45분께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내부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회유된 정황이 있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국회 측은 다수의 군인이 수사기관에서 '의원 끌어내기' 지시를 증언했으며, 그런 의도가 없었다면 유리창까지 깨고 국회에 침입한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