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얼마나 오랜 기간 계속될 것으로 계획했는지는 계엄의 목적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이번 비상계엄이 최소 반나절, 길어도 며칠에 불과한 '단시간 계엄'으로 의도했다는 입장을 탄핵심판 초기부터 고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종 의견 진술 당시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도 지난 1월 23일 변론에서 "비상계엄은 처음부터 반나절이었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이 2∼3일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월 14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안건 상정 등 절차 때문에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계엄 해제하려 해도 적어도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표현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장기간 이어질 것을 상정하고 계엄을 선포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는 12·3 비상계엄의 목적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횡포'를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 '대국민 호소용'이자 '평화적' 계엄이었으며 따라서 정치인 체포나 의원 끌어내기 시도, 국회 기능 배제도 없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반면 국회 측은 단시간으로 계획했다는 말은 계엄이 실패하자 사후적으로 갖다 붙였을 뿐, 윤 대통령이 장기간 지속되는 '독재정'을 실현하려던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국회 측의 주된 근거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40분께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받았다는 한 장짜리 문건이다.
문건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국회 측은 '국가비상 입법기구'에 주목한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 집중을 위한 비상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설치했다가 이를 입법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로 개편했는데, 윤 대통령도 이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어 국회를 대신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측은 헌재에 제출한 서면에서 "국회 활동을 정지시키고 피청구인이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시도였다"며 "국가비상 입법기구라는 반헌법적인 기구를 통해 입법권까지 장악해 독재정을 수립하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포고령 1호에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점, 군인들을 국회에 보내고 의사당 건물 내부까지 침투시킨 것도 이런 의도를 방증한다는 게 국회 측 주장이다.
김용현 전 장관은 헌재에 출석해 해당 문건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긴급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라는 취지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문건에 관해 지시한 바 없으며 국보위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려던 생각도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증인으로 출석해 '반나절이면 해제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