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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기의 재구성] ① 누가 세 모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

'예술품 투자' 사기에 평생 모은 돈 날려…전국서 피해자 500명
투자 수익 후기도, 일하는 직원도, 인터넷 기사도 모두 가짜

 

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 편집자 주 = 지난달 부산에서 사기 범죄 피해로 평생 모은 돈을 잃은 세 모녀가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기 범죄가 한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무너뜨린 것입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을 궁지로 몰아붙이는 '꾼'들은 더욱더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주)우리신문은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예방책을 모색 해 봅니다

 

지난달 12일 부산 동구 한 주택가에서 세 모녀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40대 첫째 딸은 현장에서 숨졌고, 60대 어머니와 40대 둘째 딸은 병원으로 옮겨져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누가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을까.

 

 이번 사건에서 살아남은 둘째 딸과 숨진 첫째 딸의 남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기꾼의 덫에 걸린 세 모녀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째 딸 A씨는 인스타그램을 하던 중 어느 날 '○○○ 갤러리'라는 곳에서 예술품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우연히 접했다.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 해외 유명 예술품의 저작권 지분 일부를 소유함으로써 매월 일정 금액의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해당 홈페이지 고객센터에서 자신을 '아트 딜러'라고 소개하는 김모씨에게 상담받았다.

 

업체에서 제시한 계약 조건은 6개월간 저작권료 4.4%.

 

은행 이자보다 높은 데다가 원금까지 보장한다고 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투자처로 보였다.

고민하던 A씨는 비대면 계약을 거쳐 업체에 300만원을 송금했고, 계약 만기일인 9월 30일에는 약속한 저작권료와 투자 원금을 돌려받았다.

 

동생 B씨는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아트테크' 투자와 비슷한데 수익률이 높아 언니가 투자를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원금이 회수되는 것을 보고 추가로 투자했고, 엄마와 동생에도 가입을 권유했다.언니의 투자금은 조금씩 불어나더니 어느새 2억7천600여만원에 이르렀고, 동생도 3천700여만원을 투자했다.

 

성공할 것만 같았던 자매의 투자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악몽으로 변했다.

 

이날 들어오기로 한 저작권료가 뚝 끊기더니 갤러리 관계자들이 모두 잠적했다.

 

이들은 어느새 3억여원을 잃은 폰지 사기의 피해자가 돼 있었다.

 

A씨의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인 아내가 먹고 싶은 것을 참고, 가고 싶은 곳을 미루며 평생 모은 돈"이라며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꿈을 이루고 싶어서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동생 B씨 역시 "언니가 한순간에 모든 걸 잃으니 직장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몸무게가 10㎏나 줄었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에도 언니가 너무 힘들어해 함께 여행을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언니가 사라졌고 집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엄마와 저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됐다"고 눈물을 흘렸다.

 

A씨 가족처럼 해당 갤러리로부터 피해를 본 이들은 5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전국 경찰서에도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법무법인을 선임해 민사소송에도 나선 상태다.

 

 

투자 수익 후기·인터넷 기사도 모두 가짜였다

 

세 모녀는 처음부터 사기꾼들이 짠 '작전'에 완전히 속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 딸 A씨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의심했다고 한다.

 

평소 다른 재테크를 해보았기에 업자들이 제안한 파격적인 수수료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심을 잠재운 건 포털에 뜬 언론 기사였다.

 

포털에 갤러리 이름을 여러 차례 검색한 결과 유명 작가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했으며, 해외 전시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뉴스가 여러 차례 게시돼 있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미술 작품을 경매하는 유명 회사와도 계약을 맺었다는 기사도 올라와 있었다.

 

실명을 내세운 아트 딜러 김모씨가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기사도 피해자들에게 믿음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언론 매체에서 시작된 이 기사는 해당 갤러리에서 보도자료를 냈거나, 특정 매체에 기사 게재를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군소 매체에서 시작된 보도는 점점 다른 매체의 보도로도 확산했다.

 

B씨는 "작은 언론사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메이저 언론사에서 이 갤러리의 실적을 기사로 실었다"며 "기자들이 쓴 기사이니 당연히 검증돼 있을 줄 알고 믿고 투자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사기 피해 발생 직후 확인된 정황은 해당 갤러리가 사실 갤러리 운영 장소조차 제대로 갖춰 놓지 않았으며, 소속 직원들도 모두 엉터리였다.

 

이들이 등록한 사업자등록번호는 전자상거래 소매업으로 등록돼 있으며 제주도에 있다는 본사는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갤러리의 아트 딜러라며 언론에 인터뷰하고, 투자자들을 상담했던 김씨도 가짜 인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나타난다.

 

자신이 해외 대학 출신의 아트 딜러라던 김씨의 얼굴은 건강식품 회사 광고지 등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어 재연배우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아트 딜러'라는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국아트딜러협회'도 연락처가 존재하지 않았고 홈페이지도 문을 닫은 상태다.

 

유튜브에 올라온 투자자들의 후기도 전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동생 B씨는 "유튜브에는 해당 갤러리에 투자해 꾸준히 수익을 받고 있다는 이들의 증언도 영상으로 올라와 있었다"며 "알고 보니 재연배우를 섭외해 연기를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눈과 귀를 막은 채 작정하고 속인 것인데 더 이상 피해자가 생겨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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