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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자가 간다

[민통선 사람들] ⑦ "보건소가 분만까지 담당했죠" 통일촌 백연보건진료소

접경지 주민 진료·처방·예방접종에 건강체조 강사 역할까지 수행
7년간 소장 지낸 권미영 씨 "보건소가 접경지 주민 건강에 이바지할 일 많아"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말라리아나 유행성 출혈열 같은 접경지 풍토병 예방부터 출장 요가 수업까지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죠."

 

경기 파주시 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에는 접경지 마을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작은' 백연보건진료소가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까지 7년간 보건소를 이끌었던 권미영 전 소장이 털어놓은 보건진료소장의 일상은 생각 외로 너무 바빴다.

 

'인구가 적은 곳이니 작은 보건진료소 건물을 지키며 드문드문 오는 환자들을 돌보는 정적인 생활이 아닐까' 했던 예상과는 달랐다.

 

기본 업무는 아픈 주민들에 대한 기초 진료와 약 처방이다.

 

고령자가 많다 보니 진료실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집 바로 옆 보건진료소까지 올 때도 길 위에서 세 번은 쉬어야 한다"는 권 소장은 "소장이 직접 약을 가져다줬다는 한마디 감사 인사가 좋아서 어르신들 집을 자주 찾았다"고 회상했다.

 

접경지 주민들을 위협하는 한탄강 유역 풍토병인 유행성 출혈열과 말라리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접종도 담당한다. 접종을 소홀히 하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닦달'하는 수고도 해야 한다.

 

유독한 약물을 마셨거나 크게 외상을 입은 환자가 생기면 응급처치와 함께 상급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도 한다. 권 소장보다 선배 시대에는 보건진료소에서 분만까지 담당했다고 한다.

 

이 정도 업무만 해도 빠듯한데 권 소장은 주민들을 위한 건강 체조 프로그램까지 도입했다.

 

권 소장은 "고령의 어르신들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했고, 특히 겨울철에는 농사를 안 짓다 보니 활동량이 급격히 떨어져 건강을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병이 오기 전에 예방하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보급하는 것이 공공 보건의 역할이며 의료보험료 절감 등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월∼목 근무 시간을 쪼개 보건진료소가 있는 통일촌과 인근 민통선 마을인 대성동, 해마루촌을 오가며 스트레칭, 요가 수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금요일에는 미뤘던 행정업무를 하느라 늦게까지 업무가 이어지곤 했다.

 

예산이 빠듯하고 출입이 까다로운 민통선 지역이다 보니 강사를 모시기도 쉽지 않았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기에 특별히 조직에서 알아주지도 않았다.

 

 

강사 공백이 생기면 건강 체조와 요가를 배워 직접 체조 선생님으로 나섰다.

 

"주민들이 전문 강사에게 배우다 제가 가르치니 뭔가 어설펐던지 참여 열기가 시들해지기도 했다"는 그는 " 대도시의 관점에서는 대단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귀한 기회다 보니 유엔사령부에서 근무하는 미군 부부가 참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러모로 버겁기도 했다. 그러나 건강 프로그램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권 소장은 "코로나 때 프로그램을 운영 못 하다 오랜만에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더니 관절 가동범위와 운동 기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며 "수고스럽지만,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해야 할 이유를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업무도 업무지만 민통선 마을에서 지내기에 불편한 점도 많았다.

 

특히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 그 불안과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JSA에서 북한군 병사가 귀순했을 때 접경지 마을들이 통제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는 권 소장은 "남북 사이 뭔가 일이 있으면 통제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한 곳"이라고 말했다.

 

도시와 먼 거리도 불편의 요소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비나 눈이 갑자기 많이 오면 도로가 막혀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못 냈다.

 

 

민통선 지역은 권 소장에게 두 아이를 키워낸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간호사로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다 1992년 별정직 공무원으로 보건소 생활을 시작한 권 소장의 고향은 경북 안동이다.

 

토착 주민들이 모여 살며 인구 구성 변화도 드문 접경지를 연고도 없는 그가 택한 이유는 '육아'였다.

 

당시에는 보건진료소가 24시간 체제로 운영됐고 소장은 진료소를 집 삼아 숙식을 해결하며 살았다.

 

권 소장은 당시 일도 하면서 아이도 누구에게 맡기지 못하고 직접 키워야 할 사정이었는데, 진료소는 아이들과 함께 집처럼 생활하면서 업무도 가능한 몇 안 되는 직장이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 하다 보니 처음 연천에 있는 보건진료소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연천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며 아이 2명을 다 키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권 소장은 통일촌에 오기 전에도 파주와 연천을 오가며 경력 대부분을 접경지에서 보냈다.

 

2012년 보건 진료직이 별정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되며 현재는 보건진료소도 일반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의 근무 시간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보건진료소 건물은 예전 24시간 체제 때 기억을 간직한 듯 가정집 형태로 남아있다. 다만,

살림살이나 우산, 신발이 들어 있을 찬장과 신발장에는 주민들에게 나눠줄 약과 살충제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권 소장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보건소의 역할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보건진료소가 지역 주민 건강에 이바지할 일이 많다"며 "공공 보건에 도움 되는 좋은 정책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시

행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권 소장은 지난해 퇴직 전 공로 연수에 들어가며 공직 생활을 끝냈다. 그러나 그가 추진한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은 후임 보건소장이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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