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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자가 간다

[민통선 사람들] ⑨ "북한이 지척인 특별한 통일촌, 집 사겠단 사람 줄 섰어요"

'이장만 30년' 이완배씨…"과거엔 피난 준비도 해 봤지만 지금은 관광객 북적"
"남북관계에 예민…대북전단 살포하면 민통선 주민 인권 보호받지 못해"
파주 장단콩에 평생 바쳐…"처음에 사는 사람 없었는데 지금은 수도권 대표 축제"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여기는 들어와서 살겠다고 줄 서는 사람은 있어도, 떠나는 사람은 드문 특별한 마을이니까요."

 

지난 8월 1일 경기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에서 만난 이완배(70) 이장은 마을에 대한 각별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1972년 민통선 북방지역 개발정책에 따라 조성된 정착 마을인 통일촌에 1973년 입주한 이래 이씨는 50년 넘게 마을을 지켜왔다. 이장을 맡은 세월만 30년 가까이 되니, 이씨 삶의 역사가 곧 통일촌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씨는 "분단 이후 강제로 고향 땅을 떠나야 했던 부모님을 따라 스무살 무렵 통일촌에 들어왔다"며 "남북관계가 험악할 때는 당장 피난 갈 준비까지도 해봤고, 평화 기류일 때는 개성에 구경을 가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북한 땅이 지척인 마을 안쪽 장단면사무소 앞에서는 망원경으로 펄럭이는 인공기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주민들에게는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이다.

 

1973년 당시 제대 장병 40가구와 실향민·원주민 40가구 등 총 84가구 348명이 입주해 지난달 기준으로는 401명이 살고 있다. 약 15% 늘었다.

 

외부인의 드나듦이 자유롭지 않고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에 들어갈 때면 "지금 무사하냐"는 안부 전화가 쏟아지는 곳이지만, 이씨 말마따나 통일촌이 특별한 것은 사실이다.

 

 

5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통일촌은 민통선 이북에 고립된 마을로 남지 않았다. DMZ 안보관광지로 발전을 거듭해 연중 내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이씨는 "하루 평균 1천500명에서 2천명의 방문객이 오간다"며 "전 세계에 분단국가가 우리나라밖에 없다 보니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전 11시쯤 되자 평일이었음에도 마을 입구에 위치한 직판장 앞에는 관광버스들이 주차하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줄지어 내린 이들은 통일촌의 특산품인 장단콩 아이스크림과 장단콩 팥소빵 등을 사 먹거나 마을에서 재배한 각종 농산물을 구입했다.

 

이씨는 또 "통일촌은 낮에는 (농사) 일하고, 유사시에는 전투에 참여한다는 이스라엘의 집단농가 '키부츠'를 모델로 만든 마을이었다"면서 "마을 주민들이 50세까지 예비군을 했는데, 지금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 이씨가 마을에 입주했을 때만 해도 남녀 구분 없이 주민이라면 군사훈련을 받는 삼엄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분단'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현재 통일촌 마을의 가구당 연간 소득인 4천200만원 중 30%가 농가소득이고 70%가 식당·사업체 운영 등으로 얻는 소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일촌 주민들은 남북관계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북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곧잘 DMZ 안보관광이 중단되는데, 이는 곧 주민들의 생계에 직격탄이 되는 탓이다.

 

이씨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단체를 정부에서 막지 않는 게 가장 큰 불만"이라면서 "인권 문제 때문이라는데, 북한에 빌미를 준 탓에 역으로 민통선 주민들의 인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세월 이장으로 지내온 이씨는 여러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본업은 장단콩 농사다.

 

파주의 자랑이 된 '장단콩'을 재배하고 널리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단콩의 옛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이 일대에서 콩을 다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통일촌이 생겼을 때부터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콩 농사를 지어도 사 먹는 사람이 없어 벌이가 안 돼 된장과 간장 같은 것을 만들어 팔았다"면서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웰빙' 열풍이 불면서 콩이며 두부며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에 힘입어 1997년 통일촌 안에서 첫 파주 장단콩 축제가 열렸다. 제1회 축제 방문객은 1만명.

이씨는 "사람이 너무 몰려들어서 검문소에서 다 들여보내 주지 않아 2천명이나 그냥 돌아갔었다"며 "하루짜리 축제를 이듬해에는 이틀로 늘리고 그래도 인파를 다 감당하지 못해 2003년부터

지금처럼 임진각에서 축제를 여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이제는 3일간 연간 70만명이 찾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축제가 됐다.

 

 

 

이씨가 강조한 대로 통일촌은 새로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주민 소득도 훌륭한 편이어서 마을이 꽤 '잘 나가는' 듯하지만,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고령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평균연령이 56세인 이 마을의 초고령화는 어찌 보면 국가적인 과제다.

 

평화통일을 위한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에서 조성한 마을인데, 새로 태어나는 인구가 없다면 마을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체 인구 401명 중 60세 이상이 186명이다.

 

이웃한 민통선 마을인 해마루촌의 평균연령은 60세, DMZ 마을인 대성동마을의 평균연령은 52세로,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통일촌'이라는 이름답게 지금까지는 통일을 염원하는 세대가 마을을 지켜왔지만, 필연적으로 앞으로는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씨의 걱정거리다.

 

이씨는 "처음 마을에 들어온 삼십대 젊은이들은 통일되면 바로 북한에 가보겠다는 마음이 컸었다"라며 "이제 그 사람들이 다 나이를 먹어 나처럼 노인이 됐지만 그 마음만큼은 변함없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요즘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걱정이 된다"면서 "지금 젊은 세대는 통일에 관심도 없다지만, 나는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이 될 날을 여전히 기다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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