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정숙 기자 |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총 60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학회가 2012년 분석 당시 2050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당뇨병 환자 수 591만명을 30년이나 앞서 넘어선 수치다. 또 2010년 당뇨병 환자 수 312만명에 대비해서는 10년 새 환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질병관리청 통계로는 2022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인구의 9.1%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8위의 질환이다. 방치하면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 등의 고위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당뇨병 관리 수준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내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당뇨병 관리가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연구팀(윤재승·권혁상·이승환)이 국제당뇨병연맹 학술지(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1인 가구 형태의 당뇨병 환자는 다인 가구에 견줘 당뇨병 사망위험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형 당뇨병이 있는 성인 244만7천557명을 대상으로 1인 가구와 다인 가구로 나눠 평균 6년 동안의 사망률을 추적 관찰했다.
이 연구에서 1인 가구는 전체 당뇨병 환자의 10.5%에 해당하는 25만7천108명이었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1명꼴로 '나홀로' 살고 있는 셈이다.
분석 결과, 혼자 사는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당뇨병 환자에 견줘 20%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1인 가구 당뇨병 환자의 높은 사망 위험은 다른 동반 질환에서도 확연했다.
연구팀은 같은 비교 조건에서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감염성질환,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각각 18%, 13%, 20%, 7%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무엇보다 1인 가구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취약한 건강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 교수는 "1인 가구의 상당수는 소득이 적은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건강한 식습관을 영위하지 못한다"면서 "이에 더해 규칙적인 운동이 부족하고 음주, 흡연 등의 비율이 높은 점도 사망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사회적인 고립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외로움이나 우울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면역기능이나 신체의 항상성을 저해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1인 가구라 하더라도 규칙적인 운동, 금연, 금주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사망 위험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인 가구보다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게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살아야 한다면 잘못된 생활 습관을 빨리 수정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3가구 중 1가구에 해당하지만,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면 혼자 살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유지하고, 사회적 관계 형성을 통해 외로움과 우울증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