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한국화의 현대화를 모색한 산동(山童) 오태학(吳泰鶴) 화백이 9일 오전 1시께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제자 김선두 중앙대 명예교수가 전했다. 향년 86세.
193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익대 동양화학과에서 김기창(1913∼2001)·이상범(1897∼1972)·박래현(1920∼1976)·천경자(1924∼2015)에게 배웠다. 대학 재학중 1961년 제10회 국전에서 문교부장관상을 받으며 화단에 데뷔했다. 1976∼1980년 국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지냈다.
평생 한국화의 현대화에 애썼다. 한국 미술의 원형이 백제와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 있다고 보고 연구했다. 벽화 기법·양식을 재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화를 개척했다. 석채(돌가루) 기법을 즐겨 사용했다. 서구 미술의 영향 속에 혼란을 겪은 한국화단을 벽화 기법의 수묵채색화로 돌파했다는 평을 받는다. 김선두 교수는 "고인은 여러 스승의 화풍을 이어받아 추상과 구상, 수묵과 채색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으며, 인물·산수·화조(꽃과 새)·영모(동물) 등에 두루 능했다"며 "특히 1970년대 허상시리즈는 전통과 현대라는 한국화단의 시대적 문제를 작품으로 보여줌으로서 현대 회화로서 한국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특히 석채화의 정수를 보여주었다"고 했다.
1978∼2003년 중앙대 한국화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화가 서정태·김진관 성신여대 명예교수·김선두·이길우 중앙대 교수 등 현대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길러냈다. 중앙대 부총장이던 1999년 중풍으로 쓰러져 오른손이 마비되자 왼손으로 예술혼을 불태웠다. 김선두 교수는 "작년까지 그림을 그리셨다"고 했다. 저서로 '한국어해도', '한국 미술의 회화성', '산동 오태학 화집' 등이 있다.
유족은 부인 김영지씨와 사이에 1남1녀(오동주·오상민)와 며느리 박시연씨, 사위 하태훈씨 등.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 특6호실, 발인 11일 오전 8시, 장지 파주 크리스찬 메모리얼 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