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광명 기자 |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러시아의 위협을 체감하고 있는 발트 3국을 잇는 고속철도가 건설 중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일 발티카'(Rail Baltica)라는 이름의 이 고속철도는 총길이 870㎞로, 북쪽 에스토니아 탈린에서부터 라트비아 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지나 남쪽으로 폴란드를 잇는다.
지금은 발트 국가들을 가로질러 폴란드와 직접 연결되는 철도 노선은 없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구상된 것은 몇 년 전이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제는 전략적 필수 사항이 됐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보면서 이웃 나라 러시아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와 접해 있다.
수십년간 옛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이들 국가는 과거의 악몽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러시아는 이 지역 주민 수십만명을 시베리아로 추방했다.
소련에서 독립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발트 3국에 레일 발티카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만 한다면 생명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BBC는 짚었다.
그동안 발트 3국은 러시아와 같은 폭의 선로를 사용하는 등 여전히 러시아 시스템을 적용해왔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폴란드 국경에 도착하면 유럽 방식으로 달리는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새 철로는 유럽식 선로를 사용하고 EU 전역의 철도를 원활하게 연결하게 된다.
속도도 빨라져 탈린에서 빌뉴스까지 가는 시간도 현재 최소 12시간에서 4시간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
이 같은 장점을 종합하면 레일 발티카의 전체 경제 활성화 효과는 66억유로(약 9조9천억원)로 추산된다.
문제는 공사 추산 비용이 날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약 240억유로(약 36조원)까지 증가했다.
에스토니아의 블라디미르 스베트 인프라부 장관은 BBC에 "가능한 한 해당 예산을 줄이고 있다"며 "공공조달 절차를 합리화하고 필요하다면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베트 장관은 "우리가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자유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면, 국제법을 지지하는 강한 EU, 나토, 국제사회 안에 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은 1,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2030년까지 단선 철로를 깔고 주요 정차역을 건설할 계획이다. 나머지 정차역과 철로 건설을 위한 2단계 완공일은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