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14명의 목숨을 빼앗은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는 15일로 1년이 된다. 관계 당국은 손 쓸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고 역시 여러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드러났다. 검찰은 참사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하천 제방 공사 담당자들과 부실 대응으로 화를 키운 공직자 등 모두 42명을 법정에 세웠다. 다만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등 최고 행정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최고책임자들을 처벌하라는 유족의 요구에 검찰이 어떻게 부응할지 주목된다. 재판대에 선 참사 책임자들…법적 다툼 예고 국무조정실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참사 발생 직후 재해 및 안전사고 수사 경험을 갖춘 검사들로 수사본부를 꾸려 책임자 규명에 나섰다.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됐는데 시공·감리 업체가 부실하게 제방을 쌓아 올려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도청과 시청, 경찰과 소방 등의 안일한 대처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먼저 검찰은 참사 발생 159일 만에 부실 제방 공사 책임자인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을 구속기소 했다. 현장소장은 주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40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인근 미호강 임시제방이 붕괴하면서 들이닥친 물에 순식간에 잠겨버렸습니다. 당시 지하차도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희생자 14명의 유족, 그리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통한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당시 사고는 여러 행정기관의 무사 안일주의와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가 빚어낸 인재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아픔, 검찰의 중대시민재해 기소 등 향후 수사 전망, 오송 참사 이후의 안전 정책 변화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아픔은 누르고 사는 것이지 작아지거나 잊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지난해 오송 참사로 남동생 A(30대)씨를 떠나 보낸 누나 김모(30대)씨는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눈물을 쏟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가족을 잃은 허탈감과 억울함을 달래지 못하고 밀려오는 슬픔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생존자들은 혼자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지난달 10일 장석진 파주 어촌계장을 만나기 위해 임진강 포구로 가는 데는 군사 경계시설을 통과해야 했다. 철조망을 지나 들어간 포구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곳 특유의 적막함과 함께 바닷가 어촌 같은 소금기 냄새가 났다. 장 계장이 전날 설치한 그물에 걸린 고기는 숭어. 보통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라고 인식되지만 강으로도 자주 올라오는 기수 어종이다. 숭어는 바닥을 훑으며 먹이 활동을 해서 회로 먹으면 특유의 흙내가 나는데, 임진강 바닥의 좋은 뻘의 영향으로 임진강 숭어는 육질이 좋다고 한다. 장 계장은 "임진강은 민물이지만 이곳은 바다와 강물이 섞이는 기수 지역이어서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고 설명했다. 육질 좋은 임진강 숭어 회 한 점을 맛보거나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숭어는 이미 떠난 뒤였다. 새벽에 거둬들인 그물에 잡힌 숭어는 활어 상태로 해가 뜨기 전 서울 노량진 시장으로 가 전량 도매로 팔렸다. 차가 없는 시간이라 파주 임진강 산지에서 노량진까지 1시간이면 넉넉하다. "주 소비지인 서울과 가까운 점은 확실히 생선 선도에는 강점"이라고 장 계장은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조업만으로 숭어 수백㎏을 잡아 꽤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열차가 안 다니니까 사실 사람이 필요 없어요. 문을 닫아도 아무 이상이 없죠." 경기 파주시 장단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부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전방 철도역인 도라산역.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남북이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기로 한 데 따라 2002년 4월 개통된 역이다.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자 국제 철도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9개의 선로로 서울역과 용산역 규모로 지어졌지만, 현재 역을 지키는 사람은 금성민(51) 한국철도공사 부역장 한명 뿐이다. 지난 12일 방문한 도라산역은 열차 운행 정보를 알리는 전광판은 꺼져있었고 승강장으로 가는 길은 철문이 막고 있었다.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안보 관광을 하러 온 관광객들과 개성공단으로 가는 화물 열차로 활기가 넘쳤던 모습은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DMZ 평화열차가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하루 한 차례 운행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마저도 멈춘 상황이에요." 이용객이 줄면서 관리역(다른 역을 관리·지휘 통솔하는 대표역)이었던 도라산역은 문산역에 기능을 이전하고 보통역으로 격하됐다
[※ 편집자 주 = 비무장지대(DMZ) 남쪽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이 설정된 지 올해로 70년이 됐습니다. 민통선을 넘는 것은 군사적인 목적에서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민통선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 10편으로 나누었습니다.]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버스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며칠만 안 보여도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걱정이 됩니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과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 마을인 대성동을 오가는 유일한 대중교통은 신일여객 93번 버스다. 이 버스를 몰고 하루 세 번 민통선을 넘나드는 유호선(61) 기사는 여느 버스 기사와는 구별되는 경험과 감정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가 처음 93번 버스를 몰고 대성동을 간 것은 2006년. 유 씨는 첫 운행 때의 긴장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통일대교를 지나니까 JSA 대대 앞에서 검문이 있었어요. 버스 앞에는 무장 차량이 서 있고, 소총을 둘러멘 병사가 버스에 올라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데, 겁부터 덜컥 났어요" 이후 약 보름 동안은 이런 과정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JSA 대대부터 대성동 마을까지는 무장 군인의 호위를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태백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지역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이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강원도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장성광업소가 폐광함에 따라 태백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는 3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는 876명에 이른다. 강원도는 내년 6월 삼척 도계광업소까지 문을 닫으면 삼척지역에 5조6천원억의 경제적 피해와 1천685명의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국비를 확보, 대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태백의 경우 청정메탄올 클러스터, 핵심 광물 산업단지, 물류 시설, 근로자 주택단지 등의 경제진흥사업을 추진하는 데 들어가는 총사업비 5천219억원 중 1천842억원을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또 삼척에는 중입자 가속기 기반의 의료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비 4천112억원 가운데 1천849억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강원도는 이 같은 사업을 착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인구 유출 등이 우려됨에 따라 지난 5월 31일 고용노동부에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용위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태백산 등어리요 낙동강 줄기 / 여기는 삼척이라 우리의 탄광…(중략)…하늘이 주신 보배 우리의 선물 / 한 덩이 또 한 덩이 피땀에 젖어 / 이 강산 살찌리라 삼천만 행복 / 사이렌이 들려온다 일터로 가자' 1950년 대한석탄공사 창립 이후까지 불리던 삼척탄광의 사가인 '삼탄가'다.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한 석탄산업의 중흥기(1957∼1966년) 당시 현주소와 광부들의 자긍심 속에 서린 애환이 노래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삼척개발주식회사 삼척탄광으로 개발된 장성광업소는 국내 최대 탄광으로서 국가 경제 중흥을 견인했다. 개광 이래 87년간 석탄 9천400만t을 생산해 국민 연료인 연탄의 수급 안정과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1966년 연탄 파동에 이은 유류 위주 정책 전환과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1987∼2000년) 정책으로 탄광 구조조정이 1989년 시작되면서 점차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첩첩산중 고원지대 석탄…'인생 막장'에서 국내 최대 탄광으로 태백산맥의 주령인 태백산(1천567m), 북쪽에는 함백산(1천572m), 남쪽에는 연화봉(1천52m)과 청옥산(1천276m)으로 둘러싸인 해
[※ 편집자 주 = 국내 최대 규모인 태백 장성광업소가 오는 7월 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연합뉴스는 산업화시대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이바지해온 장성광업소의 폐광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역 사회 표정, 국민 연료 공급원으로서 빛과 그림자, 재도약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등을 3편으로 나누었습니다.]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태백시 장성동에서 30년 이상 음식점을 하는 이모(64)씨는 폐광을 앞둔 길 건너 장성광업소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뿐이었다. 매출이 80%는 족히 줄어 폐업 위기에 몰렸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는 절박함이 역력했다. 태백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 석탄산업을 상징하던 장성광업소가 8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 석탄산업 중심지 태백 이끌던 장성동 한때 장성은 국내 석탄산업을 이끌었던 태백, 그 자체였다. 6·25 전쟁 이후 국내 유일의 연료 자원인 석탄은 '검은 황금'으로 불리며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돌파구였다. 태백은 한때 640만t의 석탄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 전국 제1의 광도로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장성동은 옛날 하장생(下長生), 장생으로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요즘 ‘커넥션’ 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지성’의 카리스마 있는 베테랑 형사 연기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생활주변에 스며들고 있는 마약을 주제로, 변질된 우정 속에 이어진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중독추적서스펜스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 같다. 특히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마약에 중독되어 버린 형사 장재경(지성)이 마약의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더 이상 마약에 중독될 수 없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자신에게 배달된 마약을 발로 밟아 버리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순간의 카타르시스와 함께 통쾌감마저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장면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극 중에 안타까운 장면도 떠오른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자녀를 기다리면서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해하던 젊은 주부가 택배로 배달된 마약을 급하게 먹다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같은 아파트 주민인 기자 오윤진(전미도)을 발견하고 도망가듯 밖으로 뛰쳐 나가다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차에 치여 사망하는 장면은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때 한 두가지 의문이 생긴다. 드라마 속의 젊은 주부는 왜 마약에 중독되었고, 어떻